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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in the moonlight

벨로테로

  “음? 뭐야, 주머니 안에 웬 종이가,“

 

  으앗, 어? 컴퓨터에 앉아 따분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던 직원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곧이어 조용한 서무실 안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형형색색의 풍선이 잔뜩 떠올랐고, 풍선이 터지며 잘게 자른 색종이들이 휘날린다. 그제서야 처음 종이를 발견한 남성이 조금은 고양된 상태로 말했다.

 

  “키드야, 키드가 나타난 거라고!“

 

 

  -

 

 

  나카모리와 쿠도 신이치, 하쿠바 사구루는 불과 10분 전, 경찰청의 직원에게 날아든 종이를 꽤나 심각하게 바라보고있었다. 

 

  [오늘, 달빛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시간. 별의 부활을 알리러,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른 하늘을 닮은 빛의 보석과 조우하겠습니다.]

 

  뭘 말하고자 하는지 도저히 모를 수수께끼의 내용, 묘하게 아니꼬운 말투. 화룡점정으로 종이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장난같은 마크. 평화롭던 낮 12시, 느닷없이 경찰청에 날아든 종이는 볼 것도 없이 ‘그 괴도’의 예고장이었다. 다만 특별했던 것은 첫번째, 괴도의 이름에 걸맞지않게 예고장의 내용은 절도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하지만 키드는,”

  “이미 죽었죠. 의심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신이치가 내뱉은 말에 하쿠바가 반사적으로 답한다.

 

 

  그래, 키드는 이미 죽은 지 오래였다.

 

 

  “의심할 여지가 거의 없다니?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카, 아니. 키드는 폭발로 죽었어. 다 같이 봤잖아, 봤잖아요 경부님.”

  “… 그래도, 혹여라도 쿠도 군.”

 

  나카모리는 마지막 말을 그저 입 안에 꾹꾹 눌러 삼켜보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살아있던 것이라면?

 

  뚜르르- 뚜르르-

 

  어색함을 깨고 경쾌한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핸드폰을 확인하고 자리를 피한 나카모리는 딸의 전화를 받는다.

 

  “무슨 일이-,”

  “뉴스 봤어. 키드가, 아니지. 카이토가 말이야, 살아있었던 거야? 응?“

 

  아오코, 하고 말리는 경부에도 아랑곳않고 말하는 목소리는 위태로웠다. 오래 전에 떠난 그녀의 소꿉친구이자 남자친구, 어쩌면 생명의 은인, 그것도 아니라면 애증의 대상, 쿠로바 카이토. 나카모리 아오코는 방금 전, 그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속보를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웅웅대며 공명하는 머릿 속을 헤집었다.

 

  “얘야, 아오코….”

  “….아니야, 됐어. 집에서 봐요.”

 

  아빠한테 전화하면 뭐라도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네. 오히려 더 복잡해진 느낌이야.

 

  생각하니 슬퍼졌다. 제 소중한 소꿉친구가 활활 타오르는 건물 안에 남겨졌을 때도, 그 아이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지금에도 아오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문득, 그녀는 3년 전, 그날을 다시 떠올렸다.

 

 

  -

 

 

  “카이토!“

 

  대문 앞에서 연속해서 외쳐봐도 돌아오는 말이 없다. 이로써 5일째였다. 전까진 유일한 장점이 무식하게 몸 좋은 것이었던 애가 질병결석을 하는 것이. 게다가, 학교에는 또 그럴듯한 핑계를 대놨는지 선생님에게 물어봐도 마주하는 건 글쎄, 잘 모르겠네, 하는 대답뿐이다. 

 

  예전부터 묘하게 사람 걱정시키는 구석이 있어. 아오코는 연속된 소꿉친구의 결석을 그렇게 넘기려고 했다. 당장에 아빠인 나카모리 경부가 몇 주 전부터 하루가 멀단 듯 매일같이 날아오는 키드의 예고장에 고생 중이었기 때문이다.

 

  “카이토는 오늘도 결석?“

  “응. 아빠는 맨날 야근이고…“

  “괴도키드 때문에 애꿎은 너만 고생이다, 에휴….“

 

  이 누님이 어떻게, 한번 해줘? 이야기를 나누다 장난스레 팔을 걷는 케이코를 말렸다가, 아오코는 곧 한숨을 쉬었다. 괴도키드 따위, 하나도 멋지지 않아. 늘 웃으며 말하지만 날이 갈수록 피곤해보이는 경부의 모습에, 점점 키드를 원망하는 마음은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미운 정이라도 남아있었지, 지금에 와서는 정은 이라곤 한 치도 없이, 원망과 미움만 남아있었다.

 

  “아저씨도 그만 고생하셔야 할텐데 말이야.”

  “그러게, 아무튼-“

  “키드 예고장, 또 도착했대!“

 

  태블릿을 보던 아이의 한 마디로 이내 반이 금세 소란스러워진다. 케이코는 아오코를 잠시 안타깝게 쳐다보다가 소란을 일으킨 아이에게 다가갔다.

 

  “키드 예고장이 하루이틀 날아오는 것도 아니고, 뭔데 그래?“

  “케이코! 잘 왔다. 여기 화면 한번 봐봐. 원래 예고랑은 전혀 다르단 말이야.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현장에 가지도 못하는데다가, 이번이 마지막 예고일 거래!“

  “뭐?!“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 척 창 밖을 내다보던 아오코가 도저히 믿기지않는 말에 소리를 빽 질렀다. 

 

  “아, 아오코도 한번 볼래? 여기.”

 

  받아든 화면에는 그 애의 말대로 평소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내일 밤 12시, 하이도 호텔에서 제 마지막 쇼를 개최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다에 잠긴 노을빛의 보석을 쟁취하러… 

                     추신. 이번 쇼는 평소와는 약간 다르기 때문에, 관객으로는 오직 경찰 분들만 초대합니다.]

 

 

  “이거, 정말 키드의 예고장은 맞는 거야?”

  “응. 확실하다니까? 경찰도 이번 예고장은 진짜래.”

 

  이전에도 괴도키드를 사칭해 예고장을 날린 사람들은 많았기 때문에 이것도 그런 류가 아닐까, 했지만 아니라는 것 같다. 그런데도 하나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일반인들은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는 걸 보면…

 

  “근데 이번 범행, 뭔가 위험한 거 아니야? 일반인들은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만 봐도 그렇고. 나만 해도 키드님의 마지막 범행은 보고싶단 말이야!“

 

  그래, 그것이었다. 뭔가 위험한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 그 감이 아오코를 지배했다. 모두들 즐기는 키드의 범행은 마냥 안전하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다. 아무리 키드가 범죄자래도, 그가 민간인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은 지금까진 단 한번도 없었다. 이번 예고에 달린 추신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아마, 이번 현장은 일반인이라면 뼈도 추리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 난무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저번에도 나카모리 경부가 키드를 쫓으러 홋카이도까지 갔다가 총을 맞은 일이 있었다. 이번 현장의 타깃이 또다시 키드가 아닌 나카모리 경부에게 향할 확률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아빠를 지키기위해서 나는…

 

  아오코는 홋카이도에서의 일을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그녀가 유독 차가운 눈빛으로, 아버지를 지키기를 결정한 것은. 어쩌면 향후 몇년 간 자신을 죄책감에 옭아맬지라도. 아오코는 그 누구도 듣지 않도록, 듣지 못하도록 나지막히 말을 내뱉었다.

 

  키드의 마지막 쇼에, 나는 유일하게 경찰이 아닌 관객이 될 거야. 

 

 

  -

 

 

  카이토는 복부에 강하게 지나간 고통에 미간을 좁히며 의식을 차렸다. 지이, 하고 힘겹게 부르는 목소리는 너무나 희미해 입 안에서 맴돌 뿐이었다. 애초에 지이는 아마 지금 예고현장에서 쇼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내고 있을 터였기 때문에 그 발화는 한낱 무의미한 것에 지나치고 만다.

 

  “아, 윽….“

 

  급한 마음에 서둘러 일어나고자 했던 상체는 곧 격통에 무너졌다. 며칠 간 조직에게 입은 상처가 과격하게 자기주장을 해댔다. 카이토는 침대 옆 놓여있는 탁자에 손을 올려 진통제를 찾았다. 손 끝에 걸리는 주사기를 집은 그는 통 안의 넘실거리는 액체를 허벅지 어드매에 꽂았다. 사지에 약이 퍼지는 느낌에,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었던 고통이 가셨다. 주사기 안의 액체는 모르핀의 효과를 될 수 있는대로 증폭시킨 것이므로, 확실한 효과만큼이나 부작용 또한 가혹한 독약이다. 잘만 쓰면 사람 하나 처리하는 데에는 끝장일테지. 카이토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약물저항성에 조금은 감탄한다.

 

  그는 열이 섞인 한숨을 내쉬고는, 천근만근인 몸을 간신히 끌어올렸다. 곧바로 눈에 보이는 한때 자신의 우상이었던, 어쩌면 지금까지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새겨진 문을 민다. 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쿠로바 카이토(黒羽快斗). 제 이름과는 한 치도 어울리지않는 옷이 준비되어있었다. 카이토는 달 아래에서처럼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망토를 휘날렸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은 쿠로바 카이토가 아닌 순백의 죄인이었다. 죄값을 치를 날은 머지 않겠지만.

 

  “이제 가야겠지, 아버지?“

 

  괴도키드의 쇼는 여기까지야. 그러니 더더욱, 여기서 무너져서는 안돼. 카이토는 그 생각 하나로 오늘에 이르렀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복수의 순간. 판도라를 찾아 조직원, 그놈들 앞에서 산산조각 내줄 바로 그 순간이 목전에 있었다.

 

 

  -

 

 

  “아, 아. A구역 응답합니다. 이상 무.“

  “B구역도 이상 없습니다.”

 

  C구역, D구역 차례대로 이어지는 무전에 평범한 경찰로 변장한 카이토는 내심 안도한다. 뭐야 이거, 너무 뻔한 거 아냐? 그러나 경찰뿐만 아니라 하쿠바 사구루, 쿠도 신이치까지 작전을 맡고있는 현장이다. 거기다 아직 다 낫긴커녕 무리한 움직임에 더 악화된 것만 같은 부상에, 자신이 진정 신경쓸 것은 경찰따위가 아니라는 것까지. 제 커리어에 이만큼이나 가혹한 현장은 없었을 테다. 신세한탄도 잠시, 순식간에 느껴진 미묘하게 익숙한 감각에 카이토는 뒤를 홱 돌아봤다.

 

  뭐지, 방금은? 조직은 아닌 것 같은데. 조직 외의 또다른 이가 이곳에 끼어드는 건 곤란하다. 조직에서 파견한 킬러라면 자신이 좀 귀찮아지고 마는 일이지만, 일반인일 경우 여차하면 그 사람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현장에서 다치는 건 나뿐이면 되고, 어쩌면 목숨을 잃는 것조차도. 카이토는 키드 일을 하면서 늘 새겨놓은 신념을 되새겼다.

 

  “저, 잠시 반장님 호출이 있으셔서.“

 

  경찰로 잠입한 그는 핑계를 대며 현장을 벗어난다. 예전부터 걸리는 건 알아야만하는 성정이다. 구역을 벗어나 수상한 낌새가 느껴진 길을 따라가다보면 보이는 건,

 

  “으앗! 누구세요? 분명 아무도 못 찾는 곳이었는데…”

 

  아… 아무래도 이거 단단히 꼬인 것 같은데. 현장에 난입하는 민간인 정도야, 수백 번을 돌려본 예상 시뮬레이터에 수없이 존재했던 바였다. 그러나 단 하나. 민간인이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자, 제 가족과 다름없는 이일 수도 있다는 것은 고려사항이 아니었을 뿐. 카이토는 당황해 무너지려던 포커페이스를 붙잡고 말을 건넸다. 어쨌거나 지금 자신의 모습은 그럴 듯한 경찰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나카모리 경부님의 따님이시죠? 여긴 경찰이 아니면 접근도 못하는 곳이라, 계속 머무르는 건 어려우십니다.”

  “아, 그거야 저도 알죠. 저는 아빠가 일 좀 잘하고 있나해서. 잠깐 둘러보려고 온 거에요. 마침 나가려고 했는데.“

 

  하하, 반대편에서 멋쩍은 웃음이 들려왔다. 나가긴 뭘 나가. 딱 봐도 그대로 있을 자센데. 끝을 은근히 뭉그러뜨리는 말투. 아오코는 생각에도 없는 거짓말을 할 때면 그렇게 말하곤 했다. 10년 가까이 서로의 가장 곁에 머무르다보면 그런 습관은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게된다. 

 

  카이토는 아오코가 이곳에 온 것이 저번 홋카이도 사건때문이란 것을 알기에, 한편으로 죄책감이 아리게 시려왔다. 그러나 죄책감과 지금의 일은 별도로 따져야했다. 키드로서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예고장을 보낸 이상, 이 자리에서 조직이 혈안이 되어 자신을 노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곳에 일반인의 존재는 허용될 수 없었다.

 

  얘를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이… 

  카이토는 가슴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중 자그마한 수면마취침하나를 발견했다. 일단 이걸로 아오코를 잠재우고, 나머지는 지이한테 맡기던가 해야지. 아오코는 여전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카이토를 바라보고있었다. 유려한 손놀림으로 침을 순식간에 잡은 순간이었다.

 

  “전원 호텔 탑층으로 올라와! 누군진 몰라도 총을 든 새끼들이 지금 여기 있,“

 

  경찰 무전과 연결되어 귀에 꽂혀져있는 인이어에서 누구보다 다급한 나카모리 경부의 목소리가 몇 초도 이어지지 못하고 끊어졌다. 조직이 미리 와있을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아오코를 처리하는 건 뒷전으로 미뤄야했다. 카이토는 호텔 꼭대기에 올라갈 채비를 하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인 아오코를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서둘렀다. 

 

  무전이 그렇게 끊어진 걸로 봐서는, 나카모리가 있는 호텔의 윗층은 이미 습격을 당했을 터다. 카이토는 무의식적으로 또다시 홋카이도에서의 일을 생각해냈다. 절대로 그 사건이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러려면 일단은 자신이 시선을 끌어 애꿏은 이가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고시간까지는 몇 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조금 이른 등장을 해야할 순간이 왔다. 

 

  카이토는 숨이 가쁠 정도로 건물의 계단을 뛰어 오르고, 순백의 복장을 차려입는다. 몇 분이 지나고 몇 명이 다쳤을 무렵일까, 카이토는 마침내 하이토 호텔의 꼭대기층에 당도했다. 이제부터는 카이토가 아닌 키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차례였다.

 

 

  -

 

 

  “Ladies and gentlemen! 월하의 마술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계단에서부터 들려오는 총성에, 카이토, 아니 키드는 층에 도착하자마자 섬광탄을 터트려 모든 사람들의 시야를 차단시킨 후에야 쇼의 시작을 알릴 수 있었다. 섬광탄을 터트리자 현장에는 순간 적막이 감돌았다. 조직원들도 지금은 총을 쓸 수 없다. 시야가 차단되면 자신이 쏘는 이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모를 테니까. 키드는 재빨리 고글을 꺼내들어 시야를 확보한 뒤 대충 상황을 흝어보았다.

 

  스무 명 정도 되어보이는 조직원들은 모두 한 손에 총 한자루씩을 들고있었고, 경찰 중엔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부상자는 없어보이지만 총에 스쳐 제 역할을 못하는 경찰들이 꽤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거기에 분명히 건물 밖에는 조직의 스나이퍼들도 잠복해있을테고. 들어올 때는 몰랐지만, 꼭대기 층은 사방이 탁 트인 연회장이라 스나이퍼들의 습격이 쉬워 보인다. 판도라로 추정되는 보석은 연회장 한가운데, 비교적 간단한 잠금장치 몇 가지만 풀어버리면 되는 유리상자 안에 있고. 이 정도면 상황 파악은 끝났다.

 

  섬광탄이 빛을 발하는 그 짧은 순간, 키드는 절대적으로 제가 불리한 이 상황 속, 끝내 자신이 조직을 제대로 꺾어버릴 방도를 찾아냈다. 이제, 섬광탄은 역할을 끝낼 때가 왔다. 정적의 순간이 끝남을 알리듯이, 조직의 총성이 층을 살벌하게 울렸다. 

 

  키드는 몸을 비틀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피한 뒤, 보석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종류는 사파이어라고 알고있는데, 어느 이유에선지 별칭도 따로 없고 보석의 주인도 그닥 애지중지하지 않는 보석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정보 얻기가 보통이 아니었지만, 평소 같았으면 몇 명은 줄 세워놨을 보석의 경비가 느슨해졌다는 건 좋은 소식이었다. 예상처럼 보석은 머리를 조금만 쓰면 풀 수 있는 암호 하나를 입력하니 움켜쥘 수 있었다. 

 

  하지만 훔친 이 보석을 가지고 조직에게서 도망쳐나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지금만 해도 조직원들이 보석을 찾고 연회장 안에 숨은 자신을 찾으러 눈에 불을 키고 연회장을 둘러보고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여기서 두려워 멈출 순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화만 돋울 뿐이다. 

 

  키드는 처음 아버지의 정체를 깨닫고, 흰 정장을 입기로 결심했던 그때처럼, 조직원들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 며칠 전에도 조직에게 입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못했고, 대처를 잘못해 흉터가 남아버린 총상이나, 너무 과하게 움직인 탓인지 피가 다시 새어나오는 상처가 여전히 욱신거렸지만 걸어가야만 했다. 나가서, 판도라를 부수고, 당신들이 실패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모든 것은 복수를 위해서였다.

 

  그때, 조직원 하나가 키드의 기척을 눈치채고 총을 허리춤에서 꺼내들었다. 철컥, 하는 소리는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질렀다. 잇따라 익숙한 구두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방향으로 총성이 난무하게 터져나왔다. 

 

  아무리 마구잡이로 쏴대는 총이라도, 그 수가 너무나 많으면 피할 수 없게되기 마련이다. 키드가 아무리 총알을 피하려 몸을 숙이고, 와이어를 걸어 천장으로 올라타봤자 무용지물이었다. 아래쪽을 피하면 위쪽으로 날아오는 총알이 늘 존재했고,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총알이 박혀들어왔다. 조직원들을 제지하려드는 경찰들은 모두 건물 밖, 스나이퍼의 존재를 간과하다가 어깻죽지에 총을 맞아 기절해버리기 일쑤였다. 

 

  카이토가 조직과 몇 남지 않은 경찰에게 완전히 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이미 순백의 정장이 백만송이 장미와 같은 적색으로 물들여진 후였다. 애써 지혈을 하려 총상이 있는 복부 쪽을 누르는 손은 이미 장갑이 피로 푹 젖어있었고,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달리 호흡을 가쁘게 내쉬며 비틀거리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였다. 

 

  “애송이 자식, 그러니까 우리 구역에서 꺼지라고 했을 때 곱게 접었어야지. 어때? 여태 잘난 체만 해오다가 된통 당한 소감은?“

  “하, 된통, 윽…! 당하는 게 누구, 일지는 봐야 알지.“

 

  카이토는 고통에 터져나오는 신음을 억누르며 가슴팍에서 판도라를 꺼내들었다. 장갑을 적신 피가 묻어 본래의 쨍한 푸른색은 잃어버린 지 오래인, 붉은색의 피가 점령해버린 사파이어를. 

 

  조직원들은 피에 젖은 판도라를 못 알아보는 듯 하더니, 키드가 손을 들어올려 달빛에 그것을 비추어보았을 때, 비로소 그것이 판도라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 했다. 이 판도라만 손에 쥐고 있으면 조직도 키드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발포한 총알의 궤적이 판도라로 향한다면 그 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말 테니까. 

 

  키드는 고작 보석 하나에 저렇게 벌벌 떠는 조직이 우스워 미친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어쩌면 보석 하나에 인생을 건 자신을 향해서도. 하여튼간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이제 이 작디작은 보석만 깨부수면 모든 일이 끝나버리는 거니까. 카이토는 이 날만을 위해 준비한 권총을 들고 손에 든 판도라를 향해 조준했다.

 

  “으읍, 읍! 으, 키드!“

 

  방아쇠에 걸쳐진 손가락이 그대로 멈췄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들려오던 목소리. 10년도 넘게, 가족처럼 지낸 애의 그것. 

 

  “괴도키드. 네가 그 방아쇠를 당긴다면, 스나이퍼가 이 아이의 머리를 향해 조준하고있는 방아쇠도 당겨진다. 반대로, 네가 우리 말을 잘 따르고 판도라도 넘겨준다면 그 방아쇠는 절대 당겨질 일이 없을테지. 복수냐, 소중한 사람의 목숨이냐. 우리 괴도 나리께서는 어떠시려나?“

  “닥, 쳐…! 쟨, 우리하곤 아무런 여, 연관도 없잖아. 왜, 그러는 건데, 대체…“

  “아무런 연관이 없다니. 우리가 어디까지 모르고있다고 생각한 거야, 괴도키드? 아니, 쿠로바 카이토라고 해야 알아들으려나?“

 

  키드는 이윽고 실이 끊어져버린 꼭두각시 인형처럼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 알고있던 거였어, 조직은. 어째서 운명은 이리도 가혹한가. 죽은 자를 떠나보내지 못한 죄는 마침내 비수가 되어 꽂혔다. 이렇게 고민하는 순간에도 하얀색의 수트는 붉은색으로 물들어간다. 

 

  아, 내 죄의 색깔은 적색인가보오. 타오르는 불과 판도라, 내 삶의 모든 것을 앗아간, 앗아갈 것들. 아오코에 이마엔 빨간 레이저가 겨누어져 있었다. 아마 판도라를 내놓지않으면 아오코는, 아오코는…

 

  툭-! 

 

  키드는 조직 쪽으로 판도라를 던졌다. 실혈에 힘이 없는 팔로 던져진 보석은 금방 떨어져 굴렀지만, 조직원 사이를 비집고 나온 스네이크는 보석을 주워 만족한다는 듯 웃었다. 그러나 키드를 바라보는 그 눈에는 여전히 살기가 서려있었다. 그 이유를 모르는 것만도 아니었다. 

 

  조직에서는 키드의 완벽한 죽음을 바라고 있다. 지금 상태라면 가만히 있어도 쇼크라든지 과다출혈이라든지 하는 이유로 숨 끊어지는 건 일도 아니겠건만. 자기네들 일을 꽤나 귀찮게 만들어버린 대가일테다. 하기야 이런 곳에서 경찰에게 자신들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니까. 어쩌면 오늘 일이 끝나면 몇몇 조직원들은 줄줄이 잡혀들어갈 지도 몰랐다. 곧 수명을 다할 제 목숨으로 아오코를 구할 수 있다면, 키드는 그걸로 만족했다.

 

  어느새 키드의 바로 옆까지 온 말단 조직원들은 그의 팔목을 거칠게 잡고 어딘가로 끌어 데려간다. 뒤쪽에선 조직원들의 손에 입이 막힌 아오코가 카이토를 부르려고 저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오코. 나 없어도 잘 지내야할텐데. 죽음을 목전에 두니, 그런 시답잖은 생각만 들었다. 지금 제가 가는 곳은 하이도시티 옆, 공사 중인 작은 빌라일 것이다. 사전조사 때 호텔하고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줄은 알았는데, 여기가 내 사지가 될 줄은 또 몰랐네.

 

  빌라에 도착했는지, 지금까지 자신을 끌고왔던 조직원이 낯선 바닥에 자신을 거칠게 밀어넣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온 몸이 제 기능을 못하고 삐걱대서, 키드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제 감각 하나뿐이었다. 흐려진 눈과 시끄러운 이명만이 가득한 귀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다.

 

  “빨리 나와서 폭탄 작동시켜. 빨리! 지금 여기 탐정들이 경찰 다 끌고 왔어, 지금!” 

 

  빌라에 들어온 지 고작 몇 십초가 채 안될 무렵이었다. 사이렌 소리와 삑삑거리는 소리가 번갈아가며 울리던 귀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 것은. 게다가 조직의 간부인 듯한 이가 말하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어서, 카이토는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폭탄이나, 그런 걸로 죽을 것은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그러나 탐정들이, 경찰을 끌고 이곳으로 오다니. 이곳은 경찰들도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총에 맞아 기절해나가는 현장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텐데, 왜? 아니다. 그들이 끌고오는 경찰들이 과연 평범한 이들일까? 언젠가 신이치가 자신이 공안과 연이 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해냈다. 언젠가 스쳐가듯이 본 바로는 FBI와도 연락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 모든 것을 기억해낸 카이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탐정들이 내 예상대로만 움직여준다면, 조직놈들 싹 다 철창 신세겠는데? 빌라에 함께 있는 조직원이 혼란스러워하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만 봐도 제 예상은 어느정도 맞아떨어진 것 같았다. 조직원은 계속해서 자신을 재촉하는 목소리에 초조해하더니, 자신이 들고있는 리모컨의 버튼을 꾹 눌렀다. 폭탄과 연결되어 있을, 그 버튼.

 

  “하, 제발 몇 초만 더 버텨라, 제발!”

 

  그는 제가 할 일은 다 끝났다는 듯이 빌라의 문을 닫곤 이렇게 말하며 호텔로 뛰어갔다.

 

  지금도 흘러가고있을 몇 초. 그게 키드, 제 인생에 남은 유일한 시간이었다. 몇십초인지는 말해주고 갔었야지. 그러면 죽을 때까지 이리 초조하게 기다리진 않았을텐데. 카이토는 고통에 악문 잇새로 픽픽 새어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습관이 되어버린 포커페이스 때문인지,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죽음을 기다려야하는 제 신세가 우스워서인지는 잘 몰랐다.

 

  알고있었는데, 죽을 줄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은 몰랐어. 이렇게 외롭게 죽을지도. 이제는 정말 한계였다. 건물 어디선가 탄내가 올라오는 것도 같았다. 키드의 입에서는 웃음인지 울음인지도 모를 뜻없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키드-!”

  “카이토!”

 

  쿠도 신이치, 그리고 아오코? 방금은, 환청인가?

 

  그러나 그것이 환청인지, 아닌지 분간할 시간은 남아있지 않았다. 상황을 파악한 신이치가 부른 구조대가  서둘러 빌라의 문 앞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쿠궁, 하는 소리와 함께 빌라는 불타오를 틈도 없이, 단 한 치의 흔적도 남기지않겠다는 듯 무너져버렸다. 

 

  영원히 어린 아이처럼 관객들을 홀리던 괴도키드의 마술쇼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

 

 

  아오코는 회상에 빠진 채로 그렇게 몇 시간을 한참 앉아있었다. 그때, 자신이 그 현장에 가지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혼란스러울 때도 장난스러운 그 애의 목소리 하나만 들으면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어린 날이 떠오른다. 이렇게 그를 떠올리다 보면 남는 것은 제 마음 바닥에 타르처럼 끈적히 눌러붙은 죄책감이다. 결국 모든 것은 제 아집으로 망가진 것을, 아오코는 그날 이후 몇 번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러니 방금 전, 뉴스에 나온 키드의 예고가 자꾸만 아른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의 말로는, 위조된 예고장일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했다. 0%. 그에 반해 카이토가 죽었을 확률은? 모른다. 아무리 정황 상 그가 죽었을 수밖엔 없었다지만, 시체가 발견되지도, 시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되지도 않았다. 

 

  혹시, 카이토가 살아있었다면? 살아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예고장을 보냈으면. 아오코는 핸드폰을 켜 이번 예고와 관련된 기사를 흝어보았다. 다들 세상을 뒤흔든 괴도키드가 3년만에 등장한다고 하니 들뜬 모양이었다. 신문사를 가리지않고 이곳저곳에서 키드의 귀환에 대한 기사를 냈다. 

 

  어디서는 괴도키드가 희귀병에 걸렸다가 온 것이라느니, 괴도키드의 가족이 그인 척 하고 예고장을 보낸 것이라느니. 3년 전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괴도키드의 정체와 함께 괴도키드가 사라진 이유는 철저히 비밀리에 숨겨져왔으니 언론이 아무리 봐도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기사를 보다보니, 이번 범행은 오늘 밤 12시, 하이도 호텔 옥상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

 

  아오코는 이번 키드의 예고가 두려웠고, 궁금했다. 현장에 가면 3년 전 그날처럼 또다시 누군가 다치고 죽는 일이 생길까봐 쏟아지는 궁금증에도 섣불리 현관에 발을 딛지 못했다. 만나면 그동안 뭐하고 지냈냐고, 몸은 괜찮은 거냐고 묻고싶은데, 또 나때문에 당신이 희생해야 할 일이 생길까봐. 그러나 아오코는 예고를 보자마자 떠오른 예감을 저버릴 수 없었다. 키드가 조우할 것이라는 그 ’빛의 보석‘이 사람을 뜻하는 걸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어쩌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그저 직감.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면서 시곗바늘은 한 두 바퀴를 돌아 벌써 11을 가리켰다. 범행시작 시간까지는 1시간. 아오코는 다시 한번, 당돌한 선택을 했다.

 

 

  -

 

 

  “아빠, 나 왔어!”

  “결국은 오는구나. 그렇게 오지말래도.“

 

  한번만 봐줘, 확인해볼 게 있단 말이야. 아오코는 경찰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제 아빠, 나카모리에게 장난스레 말을 붙였다. 10분 뒤면 괴도키드가 도착할 현장인데도 어쩐지 경찰들이나, 탐정들이나 분위기가 좋아보였다.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 괴도키드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받은 셈이니까.

 

  “나카모리 양. 오셨습니까? 헬기로 안내해드릴까요?“

  “어, 사구루네? 오랜만이야! 난 그냥 여기서 기다리려고. 굳이 신경 안 써도 돼.“

 

  사구루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괴도키드를 가장 가까에서 보고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마음은 한시라도 빨리 괴도키드가 나와 살아 움직이는 걸 보여줬으면 했다. 카이토가 죽지않았다는 걸, 두 눈으로 보고싶었다.

 

  “12시까지 1분 남았습니다!“

  “그래, 모두 자리해!”

 

  경찰들은 모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괴도키드가 목표로 하는 보석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못했기에, 하이도 호텔에 있는 보석 하나하나에 경비가 붙은 상태라 정신이 꽤 사나웠다. 밤의 달빛이 비추는 하이도 호텔의 옥상엔 모두가 설렘과 초조함을 가지고 한 인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1초, 2초, 3초가 지나 마침내 시곗바늘이 맨 위를 가리켰다.

 

  댕댕댕-!

 

  “Ladies and gentlemen! 오늘 밤, 저의 화려한 복귀전에 찾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 익숙한 목소리, 말투, 표정. 분명했다. 이 목소린, 아오코가 그토록 찾아헤맸던 쿠로바 카이토의 그것이었다. 괴도키드의 등장과 동시에, 옥상 밑은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키드! 키드! 키드!”

  “워-, 여러분 모두 진정하세요, 팬분들이 이렇게 반겨주시니, 기분은 좋다만. 오늘 저는 보석을 훔치러온 게 아닙니다.”

 

  그 한 마디에, 경찰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절도가 아니라면, 괴도키드의 목적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서 다시 이 호텔에 나타난 것일까.

 

  “오늘은 3년 전, 마무리짓지 못한 괴도키드의 은퇴식을 제 소중한 관객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보여드리려는 차원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럼, 괴도키드의 마지막 매직, 시작합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괴도키드는 과거와 다름없는 솜씨의 마술을 펼쳐나갔다. 그는 제 마술을 보기위해 몰려든 수많은 관중들을 휘어잡는 무대 장악력으로 화려하게, 또 유려하게 손을 놀렸다. 그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아무것도 없던 손에선 폭죽이 나와 밤하늘에 터트려지고, 또 수많은 키드카드가 관중 속으로 날아들었다. 괴도키드라는 명성에 걸맞는 환상만 같은 트릭들이었다. 그 광경은 경찰들조차 제 할 일을 까먹은 채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였다.

 

  “여러분, 이제 저와는 헤어져야할 시간이 왔군요. 이제 저는 괴도라는 이름에 맞게 저만의 보석을 찾아가며 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분들, 모두 다시 만날 때까지 평안하시기를.“

 

  30분에 이르는 환상적인 마술을 끝내고 난 뒤, 괴도키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시그니처인 행글라이더를 타고 떠났다. 현장에는 아쉬움과 추억으로 눈시울을 글썽이거나 다신 그를 볼 수 없다는 슬픔에 오열을 하는 팬들도 많았다. 아오코는 쇼가 끝난 후, 문득 궁금해졌다. 키드, 아니 카이토만의 보석은 뭐였을까.

 

  그래도 나한테 눈인사 한번쯤은 해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안 해주네. 이제 또 어디서 만나야하나. 아오코는 동료들과 회식을 한다는 아빠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렇게 생각했다. 딱 한번, 다시 한번만 카이토를 단 둘이 볼 수 있다면 그동안 하고싶었던 말을 할 수 있을텐데. 

 

  줄곧 땅을 바라보며 걷던 아오코의 머리 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들어섰다. 누구지, 하며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은 3년간 그토록 기다렸던 얼굴. 방금 전까지 순백의 옷을 입고, 관객들 앞에 환하게 빛나던. 카이토, 하고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미소짓는 입가가 늘 그랬던 것처럼 다정하다. 

 

  “어떻게,”

  “운이 좋았어, 폭발할 때 창문으로 튀어나가서 충격도 적게 받았고. 지이 아저씨도 바로 날 찾으셔서. 널 살아서 보고싶어서, 정말, 정말 노력했어. 하, 씨. 울기싫었는데. 왜 이러냐 자꾸.”

 

  아오코는 그런 카이토를 다시는 놓치고 싶지않아 눈에 한가득 담고, 몸을 꽉 껴안았다. 절대 혼자 가게 놔두지 않겠다는 듯이.

   

  “아오코, 나 할 말이 있는데…”

  “잠깐만! 내가 먼저야.”

 

  나 너 좋아해.

 

  아오코의 나지막한 한 마디에 카이토는 귀끝까지 빨개져 아오코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카이토는 뭔가 결심한 듯 다시 한번 아오코를 보고 말을 내뱉었다.

 

  “아오코, 있잖아. 아까 기억나? 이제 나만의 보석을 찾겠다는 말. 내 보석은 널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너였고, 너고, 너일거야.“

 

  그 말까지 끝낸 카이토는 말한 자신이 더 부끄럽단 듯이 그 말을 하기 전처럼 아오코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카이토. 잠깐만, 얼굴 좀 들어봐.”

 

  아오코는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카이토의 고개를 올린 다음에,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다신 떠나지 마. 카이토.”

  “내가 어떻게 떠나. 네가 이렇게 예쁜데.”

 

  자신의 은퇴식이 끝난 뒤, 월하의 마술사는 그토록 익숙한 달빛 밑에서 늘 원하던 자신의 보석을 찾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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